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가 결국 자국 기업인 ASML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균형이 다시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규제로 인해 중국 고객 비중이 40%에 달하는 ASML은 약 10조 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반도체 산업의 국가 안보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유럽의 중립적 입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 정책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ASML의 수출제한, 왜 지금인가?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반도체 초미세공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자립을 위해 이 장비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제어하기 위해 동맹국을 압박해 왔습니다. 결국 네덜란드는 2023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 2025년부터는 사실상 첨단장비 수출이 전면 중단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반도체가 군사 및 첨단기술의 핵심이라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기술 진보를 차단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런 압박은 단순한 상업적 제약을 넘어, 정치적 외교적 함의까지 내포하고 있어 네덜란드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타격을 입는 건 중국만일까?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당연히 중국입니다. 중국 내에서 첨단공정용 장비 확보가 차단되면서 자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개발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미국 기업들도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부담이 예상됩니다. 더 나아가 ASML 자체도 10조 원 규모의 매출이 증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재고 및 장비 생산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또한 대체 시장 발굴 및 비즈니스 전략 전환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기회일까, 위기일까?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는 이 상황이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장비 수급 공백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수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 국산화에 강점을 보이는 중소 장비업체들에게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독립 시도에 따른 기술력 격차 해소 및 경쟁 심화가 예상되므로, 자칫 한국 기업이 전략적 대응을 잘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산업 글로벌 재편, 한국의 선택은?
이제 한국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반도체 동맹국들과 더욱 밀접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반도체 산업 특별법’과 함께 민관합동 투자계획도 발표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서, 글로벌 정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민한 외교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술 자립을 위한 핵심 장비 및 소재 부문에서의 투자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단순 수출 증가가 아닌 기술 경쟁력 기반의 성장 전략이 필요합니다.
네덜란드의 딜레마: 안보 vs 경제
네덜란드는 자국 핵심 기업의 이익과 서방 진영의 동맹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ASML이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 나라의 수출 제한이라는 차원을 넘어선 이슈입니다. 결국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 유지가 우선되었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유럽 국가들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유럽 반도체 자립전략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향후 반도체 시장,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ASML 수출 제한은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장비 기술 내재화 및 공급처 다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첨단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도 격화될 전망입니다.
또한 기존 글로벌 밸류체인에서의 의존도가 줄어들며, 새로운 ‘반도체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는 기술 패권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될 수 있으며, 각국의 전략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